교육 대전환의 서막: 유보통합 ‘영유아학교’ 도입과 디지털 시민교육 강화
대한민국 교육계가 영유아부터 고교생까지 아우르는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커리큘럼 혁신을 예고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장벽을 허무는 ‘유보통합’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한편, 가짜 뉴스와 확증 편향이 난무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교육 강화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는 교육의 출발점인 영유아 단계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학령기 학생들에게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함양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유아학교’ 출범과 교원 자격 체계의 지각변동
교육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을 통해 이르면 2026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한 가칭 ‘영유아학교’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보건복지부 소관이었던 어린이집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되며, 관련 조직인 ‘영유아정책국’이 교육부 내에 신설되어 본격적인 통합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교원 자격의 통합이다. 앞으로 0세부터 5세까지의 교육을 전담하는 ‘영유아 정교사’ 자격이 신설되며, 기존 어린이집 보육 교사들에게도 법적인 ‘교원’ 지위가 부여된다. 현재 유치원 교사만 교원지위법상 교원으로 인정받던 차별이 해소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교사 자격 통합 방안으로 0~5세를 통합 관리하는 단일 자격 안(1안)과 0~2세(영아) 및 3~5세(유아)를 분리하는 안(2안)을 놓고 시범 사업과 여론 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설립 주체에 대한 기준도 강화된다. 앞으로 영유아학교는 국가, 지자체, 법인만이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직장형이나 가정형 등 특수한 유형에 한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개인이나 단체의 설립을 허용할 계획이며, 기존에 운영 중인 민간 어린이집은 예외 규정을 통해 운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현직 교사를 위한 과도기적 조치와 법적 과제
교원 양성 시스템 역시 ‘영유아교육과’ 중심으로 재편된다. 대학 및 전문대의 유아교육과와 보육학과는 통합 학과로 개편되어 새로운 통합 교사를 배출하게 된다. 기존 유치원 및 보육 교사들을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특별교원양성과정’이 운영된다. 현직 교사들은 야간이나 주말 대학원 과정 등을 통해 부족한 교과목을 이수하면 새로운 ‘영유아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자격증 소지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새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아도 근무 자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은퇴를 앞둔 교사 등을 배려한 조치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들의 선호도와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신규 자격증 취득 열풍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의 통합, 그리고 교원지위법 개정이라는 입법 절차가 필수적이다. 교육부는 올 연말까지 의견 수렴을 마치고 2025년 관련 법 제·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며,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2026년부터 제도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시민교육과 선거 교육의 확대
교육의 하드웨어가 유보통합으로 재편된다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시민교육이 대폭 강화된다. 교육부는 30일 ‘2026 시민교육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인 포용과 존중의 시민성 함양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력해 진행하는 맞춤형 선거 교육이다. 오는 6월 3일 치러질 지방선거를 대비해 학생들의 정당 활동 및 선거 관련 법령에 대한 Q&A 가이드라인을 일선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3 학생 40만 명을 대상으로는 ‘새내기 유권자 교육’을, 초·중학생 2만 명에게는 ‘민주주의 선거 교실’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참정권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교육 또한 필수 교과로 자리 잡는다. 가짜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미디어 문해교육 기본계획’이 수립된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전문가들이 학교를 찾아가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 사이버 범죄 예방과 미디어 윤리 교육을 병행할 방침이다.
헌법 가치 교육 강화 및 향후 계획
헌법 교육의 저변도 확대된다. 법무부, 법제처, 헌법재판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학생과 교사들에게 전문적인 헌법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해까지 초·중학교에 국한되었던 헌법 교육 전문가 지원 사업은 올해부터 고등학교까지 확대되며, 지원 규모 역시 913개 학급에서 2,000개 학급으로 대폭 늘어난다.
교육부는 이러한 시민교육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지표를 개발하고, 그 결과를 향후 정책 개선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모든 학생이 비판적 사고와 협력적 소통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민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