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의 고강도 쇄신과 삼성전자의 수익성 딜레마

국내 주요 그룹의 고강도 쇄신과 삼성전자의 수익성 딜레마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AI 경쟁 심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대대적인 조직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르면 이달 중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그 방향성은 명확하다. 젊고 빠른 조직, 성과 중심의 체제, 그리고 군살을 뺀 슬림한 구조다. 특히 삼성전자는 모바일 부문의 수익성 악화라는 과제에 직면하며, 조직 재정비와 함께 차기 플래그십 모델의 가격 정책 수립이라는 난제까지 떠안게 되었다.

‘뉴삼성’ 재건과 컨트롤타워의 부활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부회장의 퇴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쇄신 모드에 돌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룹 내 임시 비상조직이었던 사업지원TF가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된 점이다. 이는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그룹 컨트롤타워가 정식 체계로 부활했음을 의미한다.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 역시 예년보다 앞당겨져 이르면 이번 주 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의 이목은 전영현 부회장이 이끄는 반도체(DS) 부문과 노태문 사장이 대행 중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직제 변화에 쏠려 있다. 특히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 S25와 갤럭시 폴드7의 흥행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독자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통해 반도체와 AI 중심의 조직 재정비를 완료하고, 역성장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원가 상승 직격탄, 갤럭시 S26 가격 인상 불가피

조직 차원의 쇄신이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MX)는 실적 방어라는 현실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월 공개된 2025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 MX·네트워크 사업부의 매출은 29조 3천억 원, 영업이익은 1조 9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5% 감소한 수치이며, 영업이익률 또한 8.1%에서 6.5%로 하락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등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열풍으로 인해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조성혁 MX사업부 전략팀장은 “메모리 가격 상승은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시인했으며, 박순철 CFO 역시 원가 절감과 자원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다가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다. 원가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노태문 사장은 지난 1월 CES 2026 현장에서 반도체 원가 상승을 언급하며 스마트폰 가격 조정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삼성의 4분기 실적은 사실상 메모리 사업부가 떠받친 형국”이라며, “갤럭시 S26이 출시되더라도 원가 부담 탓에 마진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과의 엇갈린 희비, 수익 구조의 차이

반면 경쟁사인 애플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애플은 지난 4분기에 매출 1,438억 달러, 영업이익 509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35.4%에 달한다. 팀 쿡 CEO는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히며, 향후 부품 원가 상승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애플 전문 분석가 밍치궈는 부품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아이폰 18의 시작 가격을 799달러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하드웨어 마진 압박을 감내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격 정책의 차이는 근본적인 사업 구조에서 기인한다. 하드웨어 판매 의존도가 높은 삼성과 달리, 애플은 서비스 부문에서만 지난 분기 300억 달러의 매출과 76.5%라는 압도적인 총마진율을 기록하며 수익 구조의 안정성을 증명했다. 삼성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갤럭시 S26을 필두로 한 프리미엄 판매 확대와 에이전트 AI(Agentic AI) 경험을 통한 시장 리더십 강화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SK와 LG, 세대교체와 AI 중심의 체질 개선 가속화

삼성뿐만 아니라 SK와 LG 역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쇄신의 강도가 가장 높다. SK텔레콤 임원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0% 감축하며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고, 해킹 사고와 실적 악화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신속하게 집행했다. 최태원 회장은 1970년대생 젊은 임원들을 사장단 전면에 배치하며 평균 연령을 56세로 낮추는 등 세대교체를 완성했다. SK텔레콤은 통신과 AI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며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LG그룹 역시 이달 말경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변화에 동참할 예정이다. 지난해 안정을 택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인사 폭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ABC(AI·바이오·클린테크)’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며,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윤지수 (Yoon Ji-su)